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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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상조


한국에 출장갔을 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했던 책이다. 살 때는 몰랐는데, 동일한 책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붙은 것을 선택하다보니, 읽으려고 꺼내보았을 때 책의 표기에 체목부분이 완전히 파손되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책 안쪽은 마치 새책처럼 깨끗하여서 읽는데 문제는 전혀 없었다.
책은 저자가 히말라야 산맥의 고산지대에 있는 라다크라는 지역에 연구차 갔다가 그곳의 사람들의 삶이 주변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깨닫고, 이후 개발에 의해 어떻게 환경은 물론 그들의 삶과 문화가 어떻게 파괴되고 걱정없고 행복하게 살던 그들이 서양인들처럼 걱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게 되고 저렴한상조 있는지에 대한 비판과 각성에 대한 내용이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전통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라다크 주민들의 삶과 그들의 사고, 문화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들은 척박한 곳에서 살지만 거의 완벽하게 자급자족과 상부상조의 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다. 서양의 시각으로 본다면 부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개발된 국가의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고 덜 일하며 더 즐기고 덜 걱정없으며 덜 감정의 기복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들은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할 대상으로 보지도 않고, 인간을 자연과 동떨어진 독립되고 특별한 개체로 인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과 잘 어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서 저렴한상조 살고 있다고 말한다.
2부는 [변화에 관하여]이다. 인도의 지배령인 이 곳에 인도가 중국과 파키스탄과의 영토분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중앙집권식 대규모 관광개발을 시작하면서, 몰아닥친 개발의 덫에 라다크의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그들의 생각과 자연을 보는 입장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말해준다. 자연과 융합하여 자연의 하나라고 생각하던 라다크 사람들은 개발이 몰아닥치면서, 특히 젊은 사람들부터 서양인들과 똑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주는 가치관을 그대로 답습하기 시작하였다고 안타까워한다. 완벽한 자급자족의 사회는 히말라야를 넘어왔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것보다도 더 저렴한 물건들에 의해 붕괴되어, 화폐가 사실상 거의 필요없던 라다크 사회를 거대한 국제 화폐경제 안으로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서 저렴한상조 자신들이 얼마나 못 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결국 수백년동안 이어온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와 사회를 스스로 부끄럽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순수 모직과 야크의 털로 만들던 아름다운 전통의상 대신 청바지와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모두들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문화는 티비 앞에 사람들을 멍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없이 앉아있게 만들었으며, 특히 자신이 라다크에 처음 왔을 때 혼자서 앉아있으면 살며시 다가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살구를 나눠주던 아이들은 이제 외국인만 보면 돈을 구걸하는 끔찍한 상황이 되었다고 슬퍼한다.
3부의 [미래를 향하여]에서 저자는, 무분별하고 라다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개발을 비판하면서, 이런 중앙집권적인 대규모의 저렴한상조 개발이 아니라 소규모이며 그 지역에 맞는 맞춤형 소규모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적 문화와 특색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런 대규모 개발은 문화의 다양성을 말살시켜 결국은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서양이 만들어낸 산업화된 문화로 획일화시켜 버린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처음 책을 봤을 때는, 티벳같은 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짧은 기간동안 여행에서 느낀 그런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의 사고와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삶의 아름다운 부분들을 부러워하면서, 그들에게 개발이라는 파도가 닥치며 저렴한상조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사회와 사람들의 사고가 빠른 시간안에 피폐해지고 획일화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 그리고 더욱 늦기전에 그래서 라다크와 같은 고유문화들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역설이다.






문화와 문명이라는 것은 마치 생물이 지구상에서 수많은 생물들로 진화한 것처럼, 다양하게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화를 마치 한방향으로 나아가는 '진보'의 개념과 헷갈리고 '더 진화된'이라는 말의 뜻이 마치 '더욱 발전된'이라는 뜻으로 잘 못 이해하는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문명과 문화도 그렇게 한쪽으로 나아가고 더욱 발전되어 산업화가 마치 문명화와 같은 뜻으로 저렴한상조 -심지어 저자도 한번 서양을 '문명화된 사회'라고 하였다-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적자생존은 가장 강하고 가장 발전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된 것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라는 의미이고, 자연에서 모든 생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를 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다양성은 환경의 변화에 대해 지속 가능한 생존을 보장하는데, 인간은 수많은 다양한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가장 좋다고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가 가장 진화 혹은 가장 발전되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인 아닌 획일성을 추구하고 이러한 폭력성은 자연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인간 사회 저렴한상조 내의 다양성조차도 무력화시키고 획일화시키는 것이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후에 읽다보니,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진화론적 문명론에 약간의 실망과 그런 나의 감정과 생각을 대신해서 반론을 해준 듯 한 그런 책이다.
사실 저자가 우려하는 라다크 사회의 변화와 피폐해지는 상황은 비롯 라다크 뿐 아니라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모든 문명과 사회가 겪었던 비극이며, 저자가 말하는 서양의 문명 조차도 산업화에 의해 기존의 문화들이 모두 파괴되어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다. 500년 전에는 수많은 다양한 문화와 의복과 생활과 독특한 사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지구상의 사람들은 자본주의로 획일화된 문화만을 꿈꾸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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